생존권 투쟁에 내몰린 세종호수공원 용역노동자들 ..

정치·사회 > 2023-12-20 15:50:00

공원용역노동자, 사전예고 없이 해고 통보 받아 ..
세종시설관리공단, 공원 관리 시작도 전에 도마 위 ..
양측, 사전 고용승계 약속 여부 놓고 진실공방 ..

【세종파라미 박은주 기자】 

"세종호수공원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세종호수·중앙공원 시설 관리업무가 내년 1월부터 세종시 공원관리사업소에서 세종시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으로 이관되는 가운데, 관리·운영을 맡은 공단의 사전 준비가 시작도 전에 도마 위에 올랐다.

 


 

 


세종시 민간위탁용역으로 수년간 일해온 세종호수·중앙공원 용역노동자들이 지난 12월 1일 급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고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공단이 관련 예산 삭감을 이유로 사전 예고도 없이 간접관리(용역)가 아닌 직접관리(직접고용)로 전환하겠다고 나서면서 발생한 일이다.


용역노동자들은 지난 6월 8일 세종시와 공단, 노동조합 3자 회의에서 공단이 업무를 이관받더라도 같은 방식의 민간위탁운영을 통해 고용승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더군다나 공단 측에서 예산 삭감을 직접관리의 이유라고 설명하면서도, 최근 자체 신규인력 32명을 새롭게 채용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번에 해고된 22명의 시설유지관리 용역노동자들에게 신규인력 채용에 대한 정보조차 주지 않아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 6월 8일 세종시와 공단, 노동조합 3자가 만나 용역노동자 고용 승계에 대한 첫 논의의 물꼬를 텄음에도, 이후 단 한 번도 후속 협의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현재도 직접 대면 없이 언론을 통해서만 공단의 결정을 전달하고 있는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당장 6월 8일 이루어진 회의결과에 대해서도 ‘고용승계’ 약속 여부를 놓고 첨예한 진실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세종호수공원 용역노동자들이 세종시와 공단을 향해 지난 6월 8일 있었던 ‘고용승계’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조소연 공단 이사장이 지난 19일 오후 2시 시청사 정음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 조소연 공단 이사장이 19일 오후 2시 시청사 정음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김이연심 기자


이날 조 이사장은 용역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보장 요구와 관련하여, 기존 용역노동자 36명 중 14명이 일하고 있는 청소·미화 업무는 계속 용역을 추진할 방침이고 그 외 시설유지관리 용역원 22명은 원칙적으로 고용승계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설수리·조경 등에서 일하고 있는 11명의 영선 업무 노동자는 이직 활동과 인수인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6개월 근로 연장을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위반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노무사와 변호사들의 자문 결과, 경영상의 변화나 예산 삭감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보호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6월 8일 회의결과에 대해서는 “당시 회의록을 읽어보니까 업무가 전환되면 검토를 하겠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얘기로, 단순 업무 중심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고 고용승계도 면접 시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었다”며, “저희가 고용승계를 보장했다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 뒤에서 침묵의 피켓시위를 벌인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조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바로 이어 같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이사장이 언급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조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바로 이어 같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조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바로 이어 같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이연심 기자

이날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6월 8일 3자 면담 당시 참석한 대표자들이 미화·청소 등의 단순 업무 종사자가 아닌 시설유지관리 조합원들이었다며, 회의 당시 단순 업무 중심으로 고용승계를 검토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회의결과 면접우선권 얘기가 나왔다면 이번 신규채용 공고가 났을 때 미리 고지를 하여 응시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신규채용 자체에 대한 얘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분명히 업무가 이관되더라도 “용역에서 용역으로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에 근거하여 고용승계가 될 것”이라고 얘기됐다며, 이를 확인해 줄 수 있는 통화내역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배문호 세종호수공원지회 회장은 “해고 통지를 받았을 때 정말 참담했다”며, “우리 세종시에서 꿈을 안고 오랫동안 호수공원 조성에 힘써왔던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서 공단에서 대안을 찾아서 다시 일할 수 있게끔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최수현 사무처장은 “호수공원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얘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사실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어떤 업무라도 일자리를 주었으면 좋겠다, 저희가 일할 수 있게끔 일터만 제공해주면 어느 곳도 갈 수 있다고 얘기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철 위원장은 “충남에 시설관리공단이 굉장히 많다”며, “세종시만 유일하게 용역에서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갈 때 고용승계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6개월 연장이 무슨 의미냐, 추운 겨울날 죽으나 6개월 뒤 여름에 죽으나 똑같다”며 “이 힘없는 노동자들, 배운 거 없는 노동자들, 현장에서 제발 일해서 먹고 살 수 있게끔만 도와주시고 선처해 주기를 진짜 소망한다”고 한탄했다.


이귀진 교육정책위원장은 “6월 8일과 12월 사이에 실무 협상도 없었고 심지어 저희가 요구했는데 만나주지도 않았다”며 노동자들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이슈를 만드니까 이제야 언론에다가 6개월 연장안을 내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당장 다음 달에 당신 나가, 계약 해지할 거다라고 하면 흔쾌히 동의가 되겠냐”며, “저희 생계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미안한 생각조차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노동조합은 이번 문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20일 오후 1시 세종시청 정문 앞 집회를 시작으로 전면 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 silver51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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