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다!" - '신(神)의 마음(心)을 보았다'

칼럼 > 2020-05-26 21:18:56

'심봤다'의 진짜 의미는 독식 금지..
보리밭에 밀이 나면 잡초...
사람도 꼭 필요한 곳,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산삼보다 귀해진다..

"심봤다!"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가 일행에게 외치는 구호이다. 이 말은 '신(神)의 마음(心)을 보았다'는 의미다. 옛날 심마니들은 산삼을 발견하면 온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사방에 알렸다.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심마니(심메마니)는 '삼을 캐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심은 '삼'의 고어이며, 메는 '산'의 고어, '마니'는 범어에서 큰 사람을 뜻하는데서 유래했다. 심마니들은 산삼을 하늘이 점지해 주어야 얻을 수 있는 신비한 약초로 여겼다. 부르는 게 값이다. 그래서 삼을 캐기 전부터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엄격하고 바르게 다스렸다.

 

이 '심봤다'라는 말은 널리 알려진 대로 기분 좋아서 또는 산신령한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외치는 것이 아니었다.

 

산삼을 배분하기 위한 하나의 엄격한 규율을 담은 소리이다.

 

옛날 산삼을 캐러 떠날 때는 최하 5명 이상이 같이 움직였다. 일행은 그 구호를 릴레이로 전달하며 그곳에 모였다.

 

모두 다 모이면 간단한 제례를 올린 후 산삼을 돋운다. '돋운다'는 삼을 캔다는 뜻의 심마니들만의 전문용어.

 

산삼은 위에서 파 내려가며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밑에서부터 파내 들어 올리는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쓸 목적이라야만 돋울 수 있었다.

 

왜 이런 불문율이 생겼을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깊은 뜻이 있다. 첫째, 검증 절차의 의미다. 워낙 귀한 물건이어서 진짜 산삼을 구경하지 못한 심마니도 있고, 몇 날 며칠 산속을 헤매다 보면 헛것을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동료 특히 연장자의 감정을 거쳐 비로소 인증을 받는 것이다.

 

둘째, 소유권 확인의 의미다. 혼자 슬그머니 캔 산삼은 누군가 훔쳐도 그만이고, 그 과정에서 살인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심봤다'의 진짜 의미는 독식 금지에 있다. 산삼이 발견된 곳은 대개 산삼 군락지일 것이다. 전통 심마니는 혼자 남몰래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노다지 밭을 동료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행운을 공유하는 의미다. 이처럼 '심봤다'를 외치는 일에는 여러 가지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인디언에게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 인디언에게는 존재 이유가 없는 풀은 하나도 없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가 된다. 사람도 같다. 꼭 필요한 곳,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산삼보다 귀해진다. 뻗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 다리 뻗고 뭉개면 잡초가 된다.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것이다.
 

박은주 기자 / silver23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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