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만의 산삼? 약삼!] 2- 잡마니와 얼치기 정치인

칼럼 > 2020-05-28 15:34:46

약삼연구가 임성만

산삼은 꽃 중의 꽃, 풀 중의 제왕이라고 한다. 키가 크고 빨간 열매가 선명하며, 잎이 정확하게 우산살처럼 돌려붙어 있어서 다른 잡풀에 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산삼은 웬만한 고수가 아니면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산삼은 '보이는 사람에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입산 일자는 일진(日辰; 음양오행에 따른 하루의 간지)을 짚고, 생기복덕(生氣福德)을 보고, 절명(絶命)이 든 날은 피해 오른다.

 

 

채삼단의 편성은 3·5·7 등 홀수로 구성했다. 산삼 캐는 심마니 사이에도 등급이 있었다. 초보자는 마구 돌아다니는 '천둥마니'. 철없이 마구 돌아다니는 천동(天童)이라는 뜻이다.

 

'천둥벌거숭이'라는 말도 여기서 유래했다. 다음은 '둘째마니'. 대개 성에 '마니'를 붙여 '박마니' '김마니'라 부른다.

 

'어인마니'는 가장 경험 많고 노련한 심마니다. 입산 계획부터 삼을 캐고 분배하는 일까지 총괄하는 우두머리다. 어인마니는 산삼을 먼저 돋운다는 뜻의 '선채마니'라고도 한다.

 

어인마니는 산행 시 모든 안전과 채삼 분배에 관여했다. 구전에 의하면 심마니들의 생살여탈권도 주었다고 한다. 어인마니는 나머지 심마니들을 사람과 접촉이 없는 곳에서 약 1주일간 재운 뒤 함께 일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온갖 산야초에서부터 버섯과 칡뿌리까지 닥치는 대로 찾아 헤매는 산꾼을 '잡마니'라고 통칭한다.

 

 

 

삼은 자연삼과 재배삼으로 나눈다. 자연삼은 천종(천종산삼·천종삼·천종어린삼) 지종(지종산삼·지종삼·지종어린삼) 야생(야생 1대·야생 2대), 재배삼은 인종 인삼과 인종 장뇌산삼·산양산삼으로 세분한다.

 

산삼은 질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형태적 특징에서도 차이가 난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자연산삼의 왕인 천종 산삼에서부터 질이 낮은 얼치기 산삼도 있다.

 

얼치기는 똑똑하지 못하여 탐탁하지 않은 사람이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치를 일컫는다. 겨울에 논밭을 대강 갈아엎어 심은 '얼갈이' 역시 비슷한 말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산삼 100뿌리 중 80뿌리 이상이 얼치기라고 한다. 2014년 세월호 사건에 연루된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의 도피용 여행 가방 속 산삼 역시 중국산 가짜로 밝혀진 바 있다.

 

좋은 산삼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번 선거때마다 나라를 구하겠다고 큰소리치는 정치인 중 진짜와 얼치기를 구별하는 일은 산삼을 보는 안목보다 쉬운 일이다.

 

박은주 기자 / silver23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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