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머리 비녀 꽂은 그는 백제의 왕비인가 조선의 왕비인가?

칼럼 > 2023-11-07 01:11:00

【세종파라미 박은주 기자】

백제문화를 즐기려는 인파가 무려 324만명에 달할 정도로 13년 만에 열인 2023 대백제전은 역대급 흥행의 성공을 거두웠다. 


공주시에서는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혼불이 채화를 시작으로 주요 행사에 무령왕과 무령왕비가 등장했다.


조선 영·정조의 가채 금지령으로 사치스러운 가채를 내려놓고 쪽머리에 비녀를 꽂은 왕비의 모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백제전에 등장한 무령왕비가 바로 그 쪽머리에 비녀를 꽂고 나타난 것이다.

 

▲ 10월 7일 오후 금강철교에서 개최된 인절미 축제 ‘단일 장소에서 동시에 만들어진 가장 긴 인절미’ 부문 한국기록원 공식 최고 기록 도전에 참여한 무령왕비의 머리모양.(사진 공주시 제공) 

여성의 헤어스타일은 그 시대를 설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지난 10월 5일 국립부여박물관 사비마루에서는 백제문화제재단이 주관한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30주년’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소현숙 원광대 교수는 ‘백제금동대향로의 동아시아 미술사적 의의’ 라는 발표문을 통해 ‘향로에 표현된 19명의 인물상’을 설명했다.


금동대향로는 받침과 몸체, 뚜껑, 꼭지 등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각 부분에 용과 연화, 산악, 그리고 봉황이 장식되어 있다. 그중 뚜껑에 악사 5명을 포함한 17명, 몸체(연꽃)에 선인 2명 등 총 19명의 인물이 보인다.


뚜껑에 표현된 거문고와 완함(비파), 북, 종적(피리), 배소(퉁소)를 연주하는 오악사의 보일듯 말듯 한 은은한 미소는 백제 불상의 온화한 표정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소현숙 교수는 오악사의 헤어스타일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 백제금동대향로에는 뚜껑에 악사 5명을 포함한 17명, 몸체(연꽃)에 선인 2명 등 총 19명의 인물이 보인다.|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사진을 토대로 정리


얼핏보면 정수리까지 삭발을 하고 뒷머리를 길게 땋아서 오른쪽으로 틀어 올린 것 같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머리카락을 표현하지 않았을 뿐,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오른쪽으로 틀어 올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른쪽으로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는 헤어스타일은 중국 동진시대(317~419) 유물에서도 나타난다.


바로 이 헤어스타일에서 오악사가 ‘모두 여성’일 가능성이 짙다고 보는 것이다.


소 교수는 “오악사의 헤어스타일이 같다.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오른쪽으로 틀어 올렸다. 백제 악단의 공식 헤어스타일 같다. 산 정상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전문여성악단은 독립된 지위를 갖고 있는 주악(연주) 선인의 신분을 과시했다는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4일 국립부여박물관 사비마루에서는 백제가야금연주단의 ‘백제금동대향로 발굴30주년 기념’ 명품국악콘서트 ‘향연’이 열렸다.


환상적인 영상과 함께 구름위에서 거문고와 완함(비파), 북, 종적(피리), 배소(퉁소)를 연주하는 백제오악사의 연주를 재현했다.

 




 
멋진 연주와 함께 그들이 입고 있는 연주복과 헤어스타일도 주목을 받았다. 


헤어스타일 하나도 놓치지 않은 세심함을 담은 공연에 관객들의 박수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021년 10월 7일부터 13일 까지 모리스캘러리에서 열린 한국화가 김은희 작가의 개인전에서 우리는 초상으로 깨어난 백제왕비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만난 세계’란 주제로 열인 전시회에서 김 작가는 “백제왕비 추정 초상을 통한 인물 연구, 복식 및 장신구 등의 총체적인 고찰을 바탕으로 한 이론과 실제의 접목에 더욱 비중을 두었다” 밝혔다.


김은희 개인전, 백제왕비 초상으로 깨어나다 

또 “백제 왕비의 초상은 분명 그 시대를 풍미했을 위엄 있고 존엄한 실존 인물이었으나 형상이 전하지 않으므로 유물에 의한 상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 속 인물을 추정 제작하는 일은 역사와 함께 그 시대의 사상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령왕릉의 출토유물인 백제의 귀걸이‧목걸이‧팔찌‧관식 등 다양한 장신구에 나타난 문양이나 장식물 등의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제작했다”고 말했다.


이미 무령왕비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자료로 남겨져 있다.


대백제전에 등장한 왕비는 백제의 왕비인가 조선의 왕비인가? 쪽머리에 비녀가 최선이였을까?


우리나라 고전머리 연구 1세대인 손미경 박사(한국여인생활사박물관장) 은 “쪽머리로 백제왕비를 표현했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40여 년 고전머리를 공부하며 전국에 8,600명이라는 제자를 길러냈는데, 아직도 고전머리분야가 황무지라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 관장은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왕비의 관재수식과 남겨진 사료(사찰벽화)등을 참고 했을 때 백왕비는 높게 틀어 올린 머리모양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이 고증을 참고 해서 보여준다면 후세에 모범이 될 수 있는 기준이 될텐데 아쉽다”고 강조했다.


작은 소품하나가 큰 축제의 수준을 떨어뜨리고 신뢰를 잃게 할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지난 10월 28일 세종시 한국여인생활사박물관에서는 역사속 여인들의 머리모양을 재현하고자 가체 공예공모전이 열렸다.

 


박은주 기자 / silver51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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