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 시대,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칼럼 > 2023-11-29 20:37:00

[박승규 교수의 바이오헬스 이야기]

▲ 대전대 바이오헬스혁신융합대학사업단 교수 박승규  

 

바야흐로 호모 헌드레드. 인간 수명 100세 시대다. 2023년 한국인 평균수명은 84.3세로 10년 전보다 일곱 살이나 더 늘었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1%가 100세 이상이 될 것이다. 인류의 오랜 희망은 오래 사는 일이다. 2000년 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의 다음 목표는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 영생이었다.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이루어 준다는 전설의 약초를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불로초를 구하지 못한 채 50세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1974년 병마용갱이 발견되면서 다시 한번 진시황의 불로장생에 대한 욕망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1800년대까지 인간의 평균수명은 26세에 불과했다. 유아 사망률도 높고, 전염병이나 사고나 전쟁으로 일찍 죽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 인간의 평균수명은 1900년에는 31세, 1950년에는 49세, 2000년에 접어들면서 66세가 됐다. 최근 100년 동안 각종 의료기기와 백신이 급속하게 개발되면서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인구통계를 보면 2025년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6%에 이르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올해 평균수명이 84세를 넘어선 반면, 건강수명은 평균 73.1세로 나왔다. 바꿔 말하면, 노후에 10년 정도는 병실에서 누워 보낸다는 이야기다. 병원 신세 10년이면, 당사자나 가족 모두에게 재앙에 가깝다.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을 동시에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노화를 막고, 유병 기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은 여러 변화가 나타난다. 근육이 줄어들어 피부는 쭈글쭈글해지고, 지방이 쌓이며, 호르몬 변화도 겪게 된다. 뇌는 회백질이 위축되면서 기억력이 감퇴한다. 판단력이나 기민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일부는 치매로 진행한다. ‘위대한 개츠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피츠제럴드의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2008년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인공 벤자민은 70세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젊어져 결국 아이가 되어 버린다는 줄거리다. 삶과 죽음의 의미, 태어남과 늙어감의 의미를 차분하게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하루하루 서서히 늙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순간 갑자기 늙는 것일까? 거울을 볼 때마다 한 해가 다르게 늙는 것 같다며 한숨 쉬는 분들이 많다. 매년 한 살씩 나이 먹는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천천히 늙어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이가 들면 온몸이 예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마련. 쉽게 병에 걸리거나 가벼운 질환에도 회복이 더뎌지는 신체기능 저하를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노화(Aging)와 노쇠(Frailty)는 다르다. 보통 노화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반면 노쇠는 나이와 무관하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신체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상태다. 노쇠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건강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노쇠는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


요즘 주목되고 있는 게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라는 개념이다. 주민등록증상 나이가 아니라, 실제 몸의 노화 정도를 나타내는 나이다. 생물학적 나이는 사람의 세포와 조직의 상태로 결정할 수 있다. 나이가 들더라도 생활 습관과 환경적 요인이 몸의 전반적인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나이가 70세라도 건강 상태와 신체 능력에 따라 생물학적 나이가 50세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극단적인 경우, 동갑인데도 생물학적 나이는 두 배 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해가 바뀌면 누구나 한 살 더 먹지만 노화 속도는 개인차가 있다. 중병에 걸려 고생하거나, 사기를 당해 스트레스에 시달린 사람은 1년 만에 10년은 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사람은 모두 늙는다’는 방향성은 유지되지만, 노화 속도는 차이가 있는 것 아닐까?

박은주 기자 / silver5195@hanmail.net

기사 댓글 0기사 댓글 펴기

작성자 비밀번호 스팸방지 문자입력 captcha img 등록